1.기사요약
지난 23일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 현장에 20~4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수억원대 대작보다는 유명 작가의 판화·프린트 에디션과 합리적인 가격대 현대미술 작품이 나올 때마다 치열하게 패들(Paddle·경매 번호판)을 들었다.
특히 영국 출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1993년 에디션 'Going Round(Polyptych)'가 시작가 1500만원의 4배 넘는 6600만원에 낙찰돼 가장 뜨거운 경합을 보였다. 마르크 샤갈 에디션 'Maternite Rouge'(1980)은 4900만원, 이우환 에디션 '대화 2019 B'(2019)는 4000만원에 팔렸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컬렉터는 "미술품이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어 매력적인데다가 거실에 걸어두고 즐기기 위해 대가의 에디션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와 주식시장 정체로 유동자금이 몰려오는 미술시장이 젊은 컬렉터들의 가세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날 서울옥션은 경매 낙찰률 95%, 낙찰총액 104억원으로 역대 최고 낙찰률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지난 2월 경매(낙찰률 90%)에 이어 연속으로 90% 이상 낙찰률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도 미술시장이 살아나자 최윤석 서울옥션 전무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외적 요인도 있지만 미술품 가격 조정기를 충분히 거친 결과"라며 "2007년 호황, 2014년 단색화 열풍에 이어 7년 주기로 돌아온 호황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는 코로나19로 열지 못한 홍콩 경매 대체용이었다. 현장, 전화, 서면과 더불어 글로벌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와 서울옥션 홈페이지를 통한 새로운 언택트 응찰 방식이 효과를 거뒀다. 서울옥션은 "국외 컬렉터의 실시간 온라인 응찰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국외 컬렉터들의 참여로 외국 거장 작품들이 경합을 보였다. 경매 최고가 작품은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가 무수한 선으로 그물 형상을 그린 2010년작 'Infinity Nets(GKSG)'로 경합 끝에 시작가 13억원의 2배 가까운 23억원에 낙찰됐다.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정물화 'Still Life with Compote'는 2억2000만원, 화사한 캔버스에 형형색색 나비들을 고정해 삶과 죽음을 담은 데미안 허스트의 2006년작 'Happy, Happy, Harvest(Triptych)'는 4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월 타계한 물방울 화백 김창열 출품작 8점이 모두 낙찰돼 강세가 지속됐다. 1993년작 '물방울'은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4000만원의 2배 넘는 8900만원에 낙찰됐다.
단색화 회복세도 본격화됐다. 박서보 2003년작 '묘법 No.030707'이 2000년대 근작 10호 중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하며 1억500만원에 팔렸다. 이우환 80호 크기 '조응'(1995)이 4억원에, 정상화의 60호 작품 '무제 2009-7-20'(2009)은 3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블루칩 작가 김환기가 구름과 달, 산과 바다, 섬을 반추상화 형태로 그린 작품 '무제'도 9억8000만원에 팔렸다.
한편 서울옥션은 오는 31일 작가 7명을 미술시장에 처음 소개하는 온라인 경매 '제로베이스'를 연다. 회사 관계자는 "미술품 초보 컬렉터들이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장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2. 코멘트
주가시장의 변동성이 작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큰 수익률을 맛본 MZ세대들은 다른 자극을 찾아 떠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미술품 경매가 자본가들의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MZ세대들은 자라나며 다양한 전시를 접했고,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예술에 관련한 정보에 쉽게 닿을 수 있게 되었다. MZ세대의 유명 연예인들도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지며 더더욱 부담없이 접근하는 것 같다. 미술품 시장에서 2030들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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